시작하기에 앞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글 쓰는 것을 즐겨하고 좋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학 작품에서 형용이 과한 글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았으면서 내 글은 주로 만연체가 되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전개해나감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꽤 받아왔다. 그리고, 그런 주위 반응에 상관없이 나는 공개한 내 글들을 좋아한다.
나는 느끼한 글, 고민이 없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술적 내용이 들어가야하는 전공 레포트, 논문의 글에서 나는 내가 한 것을 포장해야하고, 고민한 마냥 적지만 소화하지 못한 글자를 쑤셔 넣는다. 그 비율이 어느정도이냐는 상관없다. 내 것에 100%의 진심이나 자신감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 외의 다른 변명은 없다. 그렇기에 정보성이 강한 글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글이 없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좀 불편하고 어려웠다. 무엇보다 내 인생 계획에 없었던 단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 무슨 직군으로 지원하냐고 물어보면, 굳이 “AI 리서처나 엔지니어? 쪽으로 쓸 듯”이라고.. 내심 나 스스로에게 선을 그어 구분해서 말하곤 했다. 그쯤에 유튜브가 추천해준 구글 Research 엔지니어 인터뷰 영상과 조우했다. 대부분의 interviewee들이 “I’m a software engineer in google” 이라고 소개하고, 어떤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지를 설명하더라. 사실 내 눈 감고 있었던 거긴하지만.. 어쨌던 영상덕에 소연아..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군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를 받아드리게된..것…같다… 고맙다. 유튜브.
일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길로 간다라는 결정을 내리고 걱정도, 무서운 것도, 쭈굴해지는 것도(..) 많았고 요새.. 뭐 계속 정면 돌파하고 있다. 아파죽겠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치열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가시적으로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다. 사실 공학의 어느 분야던 열심히 하는, 꾸준한, 대단한 사람들 정말 많다. 하지만 당장 시스템 칩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자신의 개발 과정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큼 기록하는 걸 보는 경우는 드물고, 여러 내부적 상황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문의 진입 장벽이 엄청나기도 하다.
반면, 소프트웨어 문화는 오픈 소스 선순환이 기저 철학이라 그런지 실제 제품, 즉 코드의 공유도 많고, 시스템 제작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A-to-Z 회고도 공유된다. 매력적인 회고를 주고 받는 문화를 가진 회사는 그 자체로 셀링포인트가 될 정도의 매력도를 뿜어내는 요즘. 그런 회고 문화가 개인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회고의 글은 느끼하지도 않고 고민도 엄청 나다. 물론 내가 본 회고는 주로 대형 IT 기업쪽 글이라 그만큼 글의 질에 신경을 많이 썼겠지만, 여하튼 팩트와 독자를 고려한 글적 센스, 얼마간의 유머가 곁들어진 글은..매력적이다..!!!!
한때, 나의 색이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그 당시 주황색쯤이겠다라고 개인적 정리를 했더랬다. 한 5년이 지난 최근에는 색깔의 분류와는 상관없이 그 어느 색이던 그대로도 선명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선명하다는게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에 선명해지고 싶은가? 꽤 치열하게 살아온 입장으로서 내가 하는 것의 만족감과 자아실현으로 인한 자신감으로부터 선명해지겠거니 한다. 그리고 가까운 2-3년 동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함으로써 그 선명함을 얻고 싶은거겠다. 라고 정리해본다. 끝으로, 매력적인 글을 쓰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꽤 만족스러운 선명함일 것 같다.
쓰고나니 좀 어려워보여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회고
코딩을 수반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회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코딩 프로젝트 경험이 많지도 않거니와 그마저도 협업 보다는 어떻게던 내가 맡은 부분이 돌아가게만 하면 됐기에 온갖 스파게티 양념 뿌려가면서 만들다보니.. 이미 불을만큼 불은 스파게티를 어디서부터 논해야하겠나. 그냥 안했고, 할 생각도 안했다. 그렇지만 인썸니아에서 PM으로 일할 때 개발자들끼리 우루루 모여서 설계하고 코드 회고하는게 약간 간지나보이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당장 과제로써 회고 제출 해야한다. 상황이 바뀐 것 말고도, 내심 석사기간동안 의미있게 일을 마무리하고, 유의미한 피드백으로 매듭짓고 싶었던 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장치인 것 같다란 생각이 크다. 무엇보다.. 이미지 분류 대회하면서 해볼 것, 해본 것, 망한 것, 잘된 것을 휘갈겨 쓴 노트보니까.. 이거 안하면 또 엉망진창 되겠구나란 생각이 스멀스멀와서..랄까? 써보고 싶어졌다. 잘 써보고 싶어졌다.
끝으로
회고로 시작은 하겠지만 여러모로 배운 것들을 소화하고 잘 정돈하는 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보자. 부스트캠프 글쓰기 모임을 이끌고 참여하시는 분들 덕에 동기부여를 얻어 긴 preface를 쓰게되어 감사하다.
이어지는 회고의 글에서는 다음의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 내가 완전 망각했던 것
- 대회 하면서 헷갈렸던 것
-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해본 것
- 해보고 싶었던 것 중 못 해본것
- 좋았던 다른 분들의 접근